우리들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발언 | 서민기 (예술가, 금호강 디디다 대표,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행동원)
안녕하세요. 저는 금호강 디디다 대표이자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행동원 서민기입니다.
저는 유년 시절부터 대구에 살았습니다. 높게만 쌓여가는 아스팔트 위 모두가 똑같은 모양을 한 회색빛 숲속에서 간혹 자연을 마주하며 학교를 다니고, 악기를 배우고, 제가 도심에서 만난 자연을 이야기하며 지역에서 음악 연주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가지런하고 나란히 줄 지어진 나무와 꽃으로 채워진 공원을 보며 저는 ‘자연’의 모양이 이러하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시민단체 생명평화아시아를 통해 제가 오랫동안 살아온 대구에 언제나 흐르고 있던 금호강을 만났고, 직접 두발로 디딘 금호강은 제가 대구 도심에서 마주하던 자연과는 달랐습니다.

(사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숨죽여 기다리면 만날 수 있는 수리부엉이와 강물이 메워지고 사라지며 변화하는 습지의 땅, 겨울이면 언제나 이곳을 찾아오는 철새들,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만날 수 있는 물 마시는 아기 고라니 그리고 여기저기 각자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한해살이풀과 묵묵히 그곳을 지켜주는 나무들...
저는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진짜 자연의 모습을 금호강에서 만났고, 그들은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그 시간은 제가 하는 음악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다른 곳에서 언제나 금호강을 이야기하고 팔현습지를 자랑합니다. 재미없다고만 여겼던 대구에 대한 애착이 생긴 저의 마음이 신기합니다. 자연이 그러하듯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피어나고 지는 것은 인간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수많은 생명으로 구성된 금호강 팔현습지에 높고 커다란 보도교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단 10분만 고요히 금호강 팔현습지를 걸어본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단체,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렴하겠다.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보도교 도안을 변경하겠다. 그런 말을 당신들이 인심 쓰듯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환경부는 환경을 위한 부서가 맞나요? 대구시는 대구를 위한 기관이 맞나요? 팔현습지는, 그리고 자연은 누군가에게 이용되어야 하는 존재인가요?

금호강 팔현습지 전경 (25.10.25.) (사진: 생명평화아시아)
저는 지구별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한 생명이자, 대한민국 대구시에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악기와 함께 숨 쉬며, 하루하루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부끄럼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환경부 그리고 대구시도 대한민국이란 이 땅에 소속된 기관으로서 부끄럼 없이 할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보도교 공사 기간에 금호강에 살아가는 물고기, 얼룩새코미꾸리를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 두겠다, 수리부엉이가 돌아오기 전에 공사를 마치겠다, 이미 예정된 공사이니 어쩔수 해야한다, 이러한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제가 연주할 때 사용하는 마이크를 이용해 큰 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전하며, 저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하지 마세요.
저는 그리고 팔현습지를 지키기 위해 나선 저의 동료들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각자의 작업실 혹은 온전히 자신을 표현하고 작품을 내보이는 전시장, 영화관, 공연장이 아닌 이 자리에 저희가 서 있는 이유도 그러합니다.

(사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저희는 팔현습지가 주는 감사한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부끄럽지 않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팔현습지가 배경인 장편영화 ‘별과 모래’는 현재 촬영 진행 중이고, 이 영화는 영화제에서 상영됩니다. 팔현습지에 가서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은 책으로 만들어져 북 페어로 갑니다. 팔현습지의 소리와 이야기를 담은 음악은 여러 지역의 의미 있는 자리에서 연주됩니다. 팔현습지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은 전시장에 나열됩니다.
저희는 수없이 팔현을 찾아갔고, 그곳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들이 이러한 작업으로 연결되었고, 또 수십 장의 매거진 <월간팔현>이 매달 전국 60여 곳으로 배송되어 수많은 이들의 눈과 손을 만나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희의 시간과 이 연결을 대단히 여기며, 저희가 보도교 공사로 파괴될 팔현습지 생각에 잠 못 이루는 것처럼, 이 연결을 두려워하는 지혜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내일부터 긴급행동 <팔현습지를 지키는 72시간 예술행동>을 팔현습지에서 시작합니다. 큰 포클레인으로 생명을 짓밟는 당신들에게는 고작 몇 사람이 팔현습지에 있는 것이 큰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할까요? 저희를 둘러싼 팔현습지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당신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럼에도 보도교를 만들겠다 하신다면, 저희들이 팔현습지에서 직접 보낸 시간들, 그 시간이 만들어 내는 무수한 작업들 그리고 그 예술작업들이 수많은 곳으로 전달되고 목소리로 이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시기 바랍니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3년의 시간 동안 마주한 팔현습지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언제나처럼 팔현습지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지키기 위해 더 단단하게 마음을 모으고 연결하며, 지금 할 수 있을 할 것입니다. 보도교 공사를 당장 철회하세요. 팔현습지에 보도교는 필요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 2025년 10월 30일(목) 오전 11시,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발언입니다.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제공)
우리들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발언 | 서민기 (예술가, 금호강 디디다 대표,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행동원)
안녕하세요. 저는 금호강 디디다 대표이자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행동원 서민기입니다.
저는 유년 시절부터 대구에 살았습니다. 높게만 쌓여가는 아스팔트 위 모두가 똑같은 모양을 한 회색빛 숲속에서 간혹 자연을 마주하며 학교를 다니고, 악기를 배우고, 제가 도심에서 만난 자연을 이야기하며 지역에서 음악 연주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가지런하고 나란히 줄 지어진 나무와 꽃으로 채워진 공원을 보며 저는 ‘자연’의 모양이 이러하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시민단체 생명평화아시아를 통해 제가 오랫동안 살아온 대구에 언제나 흐르고 있던 금호강을 만났고, 직접 두발로 디딘 금호강은 제가 대구 도심에서 마주하던 자연과는 달랐습니다.

(사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숨죽여 기다리면 만날 수 있는 수리부엉이와 강물이 메워지고 사라지며 변화하는 습지의 땅, 겨울이면 언제나 이곳을 찾아오는 철새들,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만날 수 있는 물 마시는 아기 고라니 그리고 여기저기 각자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한해살이풀과 묵묵히 그곳을 지켜주는 나무들...
저는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진짜 자연의 모습을 금호강에서 만났고, 그들은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그 시간은 제가 하는 음악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다른 곳에서 언제나 금호강을 이야기하고 팔현습지를 자랑합니다. 재미없다고만 여겼던 대구에 대한 애착이 생긴 저의 마음이 신기합니다. 자연이 그러하듯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피어나고 지는 것은 인간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수많은 생명으로 구성된 금호강 팔현습지에 높고 커다란 보도교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단 10분만 고요히 금호강 팔현습지를 걸어본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단체,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렴하겠다.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보도교 도안을 변경하겠다. 그런 말을 당신들이 인심 쓰듯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환경부는 환경을 위한 부서가 맞나요? 대구시는 대구를 위한 기관이 맞나요? 팔현습지는, 그리고 자연은 누군가에게 이용되어야 하는 존재인가요?
금호강 팔현습지 전경 (25.10.25.) (사진: 생명평화아시아)
저는 지구별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한 생명이자, 대한민국 대구시에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악기와 함께 숨 쉬며, 하루하루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부끄럼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환경부 그리고 대구시도 대한민국이란 이 땅에 소속된 기관으로서 부끄럼 없이 할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보도교 공사 기간에 금호강에 살아가는 물고기, 얼룩새코미꾸리를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 두겠다, 수리부엉이가 돌아오기 전에 공사를 마치겠다, 이미 예정된 공사이니 어쩔수 해야한다, 이러한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제가 연주할 때 사용하는 마이크를 이용해 큰 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전하며, 저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하지 마세요.
저는 그리고 팔현습지를 지키기 위해 나선 저의 동료들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각자의 작업실 혹은 온전히 자신을 표현하고 작품을 내보이는 전시장, 영화관, 공연장이 아닌 이 자리에 저희가 서 있는 이유도 그러합니다.
(사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저희는 팔현습지가 주는 감사한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부끄럽지 않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팔현습지가 배경인 장편영화 ‘별과 모래’는 현재 촬영 진행 중이고, 이 영화는 영화제에서 상영됩니다. 팔현습지에 가서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은 책으로 만들어져 북 페어로 갑니다. 팔현습지의 소리와 이야기를 담은 음악은 여러 지역의 의미 있는 자리에서 연주됩니다. 팔현습지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은 전시장에 나열됩니다.
저희는 수없이 팔현을 찾아갔고, 그곳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들이 이러한 작업으로 연결되었고, 또 수십 장의 매거진 <월간팔현>이 매달 전국 60여 곳으로 배송되어 수많은 이들의 눈과 손을 만나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희의 시간과 이 연결을 대단히 여기며, 저희가 보도교 공사로 파괴될 팔현습지 생각에 잠 못 이루는 것처럼, 이 연결을 두려워하는 지혜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내일부터 긴급행동 <팔현습지를 지키는 72시간 예술행동>을 팔현습지에서 시작합니다. 큰 포클레인으로 생명을 짓밟는 당신들에게는 고작 몇 사람이 팔현습지에 있는 것이 큰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할까요? 저희를 둘러싼 팔현습지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당신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럼에도 보도교를 만들겠다 하신다면, 저희들이 팔현습지에서 직접 보낸 시간들, 그 시간이 만들어 내는 무수한 작업들 그리고 그 예술작업들이 수많은 곳으로 전달되고 목소리로 이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시기 바랍니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3년의 시간 동안 마주한 팔현습지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언제나처럼 팔현습지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지키기 위해 더 단단하게 마음을 모으고 연결하며, 지금 할 수 있을 할 것입니다. 보도교 공사를 당장 철회하세요. 팔현습지에 보도교는 필요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 2025년 10월 30일(목) 오전 11시,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발언입니다.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제공)